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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원인도 모른 채 그물들이 걸리는 순간, 끊어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제 편하게 어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천시 서포면 중촌 주민들이 대포항~중촌항 일대 폐그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보면서 한 말이다.
사천시는 KB국민은행이 후원하고 (사)바다녹화운동본부, 해양복원환경단체 ‘블루사이렌’이 수행한 ‘2024 KB 국민은행 바다숲 프로젝트-경남 사천 해양쓰레기 제거’ 작업으로 폐그물 더미와 침몰된 선박을 포함 총 47톤의 해양쓰레기를 제거했다고 2일 밝혔다.
그물을 잘 잃어버리는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사천 대포항~중촌항 일대에서 바다에 버려진 그물을 걷어올리고 있다.
작업은 대포항과 중촌항 사이에서 했다. 십 수년간 같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그물이 유실되면서 일명 ‘마의 구간’으로 불린 5곳을 탐사, 폐그물 등을 걷어냈다.
사천은 지역 특성상 수심이 얕고 바닥이 갯벌이다. 그물 등이 유실될 경우 바다 속에서 갯벌과 함께 썩기때문에 수산생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어업 활동에 큰 타격을 준다. 겨울외에는 수중 시야 확보가 어려워 원인파악조차 쉽지 않았다.
시야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한파 경보에도 바다 수온은 높았으며 수심도 얕아져 잠수사가 조금만 이동해도 바닥의 갯벌이 올라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손으로 더듬어 폐그물이 유실된 4곳을 찾는데만 수일이 걸렸다고 한다. 이후 바다 속 폐그물 더미를 밧줄로 묶었고, 한 곳은 3톤 이상의 선박이 침몰된 채 바닥에 파묻혀 있기도 했다.
인양에는 33톤 정화선이 동원됐다. 거대한 폐그물 더미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어촌계 어민들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곳을 돌며 하루 종일 진행된 인양 작업으로 제거된 뒤엉킨 폐그물, 밧줄, 통발, 침몰된 선박더미 속에는 20년 전 사용된 어구도 있었다.
이재향 블루사이렌 대표는 “바다 속 원인을 찾아 해양 보존을 지키겠다는 지자체와 어촌계의 의지가 대단했다”면서 “작업 난이도가 매우 높았지만 어촌계에 큰 도움이 되어 보람이 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친환경 어구 보급·어구 보증금제도 등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이미 사용된 스티로폼 어구 제거 작업도 시급하다”고 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어민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쓰레기 탐사·제거 작업이 절실했는데 기업과 환경 단체의 도움으로 해결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시에서도 지속적으로 후속 관리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기자 bmw@knnews.co.kr
